신선한 생닭이나 선홍빛 삼겹살 팩을 뜯었을 때, 여러분은 가장 먼저 무엇을 하시나요? 아마 열에 아홉은 무의식적으로 싱크대로 향해 수도꼭지를 틀고 고기를 씻으실 겁니다. 포장 안에 고여 있는 핏물이나 고기 표면의 미끌거리는 점액질이 찜찜해서, 혹은 불순물을 제거해 우리 가족에게 더 깨끗한 음식을 먹이겠다는 '깔끔한 마음' 때문이겠죠. 저 역시 과거에는 흐르는 물에 고기를 뽀득뽀득 씻지 않으면 요리를 시작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부지런한 행동이 사실은 주방 전체를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 폭탄'으로 만들고 있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오늘은 위생을 위해 했던 행동이 오히려 독이 되는 이유와, 물 없이도 완벽하게 고기를 손질하는 노하우를 상세하게 풀어드리겠습니다.

씻는 순간, 세균 스프레이 발사!
"아니, 더러운 걸 씻어내는 게 왜 나빠?"라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때 발생하는 '교차 오염(Cross-contamination)'이 핵심 문제입니다. 생닭이나 오리, 돼지고기 등 가금류와 육류의 표면에는 식중독을 유발하는 캠필로박터균(Campylobacter)이나 살모넬라균이 서식하고 있을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특히 캠필로박터균은 적은 양으로도 구토, 복통, 설사를 유발하는 아주 고약한 녀석이죠. 문제는 우리가 고기를 흐르는 물에 씻을 때 발생합니다. 물줄기가 고기 표면에 닿아 튕겨 나갈 때,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미세한 물방울들이 사방으로 비산 되는데, 이때 고기 표면에 붙어 있던 세균들이 물방울을 타고 함께 퍼져 나갑니다. 영국 식품기준청(FSA)과 미국 농무부(USDA)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고기를 씻을 때 튀는 물방울은 반경 최대 1m까지 튀어 나간다고 합니다. 이 1m라는 거리가 얼마나 위험한지 상상해 보세요. 싱크대 바로 옆 건조대에 깨끗하게 씻어 말려둔 밥그릇과 수저, 샐러드로 먹으려고 준비해 둔 상추나 오이, 심지어는 행주나 도마, 아이들 젖병까지 세균 섞인 물방울이 내려앉게 됩니다. 고기는 이후 뜨거운 불에 익혀 먹으니 균이 죽겠지만, 세균이 묻은 채소나 식기를 무심코 사용하면 꼼짝없이 식중독에 노출되는 것입니다. 즉, 고기를 씻는 행위는 싱크대 주변에 '세균 스프레이'를 뿌리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물 세척 보다는 열로 없애자!
백번 양보해서 주변 식기를 다 치우고 씻는다고 해도, 과연 물로 씻는 게 세균 제거에 효과적일까요? 전문가들의 대답은 "아니오"입니다. 고기 표면은 미세한 주름과 지방층으로 이루어져 있어, 흐르는 물에 잠시 헹군다고 해서 박테리아가 완전히 씻겨 내려가지 않습니다. 오히려 물살에 의해 박테리아가 고기 조직 깊숙이 침투하거나, 싱크대 배수구와 수전 손잡이 등으로 확산되는 결과만 초래할 뿐입니다. 식중독균을 없애는 가장 확실하고 유일한 방법은 '충분한 가열'입니다. 캠필로박터균을 비롯한 대부분의 식중독 원인균은 열에 매우 약합니다. 75℃ 이상의 온도에서 1분 이상만 가열해도 균은 사멸합니다. 끓는 물에 삶거나, 불판 위에서 지글지글 굽는 조리 과정 자체가 가장 강력한 살균 과정인 셈입니다. 그러니 씻지 않은 찜찜함은 내려놓으셔도 좋습니다. 불이 알아서 다 해결해 주니까요.
물 대신 '키친타월'을 사용하세요 (feat. 맛의 비결)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장을 막 뜯었을 때 보이는 흥건한 핏물, 뼛가루, 끈적한 점액질을 그냥 두고 요리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잡내의 원인이 되기도 하니까요. 이때 수도꼭지 대신 꺼내야 할 것이 바로 '키친타월'입니다. 올바른 손질법(How-to)을 알려드립니다. 먼저, 싱크대가 아닌 조리대(도마) 위에 고기를 바로 올립니다. 도톰한 키친타월을 여러 장 겹쳐 준비합니다. 다음 고기 표면을 꾹꾹 누르거나 가볍게 '톡톡' 두드려 핏물과 수분을 닦아냅니다. 사용된 키친타월은 바로 휴지통에 버리고, 손을 비누로 깨끗이 씻습니다. 이 방법은 위생적일 뿐만 아니라 요리의 맛도 한층 업그레이드시켜 줍니다. 고기 표면에 수분이 남아 있으면 구울 때 팬의 온도가 내려가고 고기가 '구워지는' 게 아니라 물에 '삶아지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반면 키친타월로 수분을 꼼꼼히 제거하면, 고기가 뜨거운 팬에 닿았을 때 마이야르 반응(갈변 현상)이 훨씬 빠르고 강력하게 일어나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최상의 맛을 낼 수 있습니다. 잡내 제거는 덤이고요.
부득이하게 씻어야 한다면?
물론 예외는 있습니다. 닭 뼈 사이사이의 내장 찌꺼기가 너무 심하거나, 절단 과정에서 묻은 뼛가루가 너무 많아 키친타월만으로는 해결이 안 될 때가 있죠. 이럴 때는 어쩔 수 없이 물을 써야 하는데요, 이때는 다음 수칙을 꼭 지켜주세요. 첫째, 싱크대 주변의 식기, 건조대, 행주, 식재료를 모두 다른 곳으로 치웁니다. 둘째, 흐르는 물이 튀지 않도록 수압을 최대한 약하게 하거나, 큰 볼에 물을 받아 고기를 담가 조심스럽게 헹궈냅니다. 셋째, 세척이 끝난 후에는 싱크대 전체를 뜨거운 물이나 세제, 락스 희석액 등으로 닦아 마무리 소독을 반드시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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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하게 먹으려다 병 얻는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경우가 바로 고기 세척입니다. 오늘 저녁, 맛있는 고기 요리를 계획하고 계신다면 습관적으로 수도꼭지에 손을 뻗는 대신, 키친타월을 먼저 준비해 보세요. 물을 멀리하고 키친타월과 친해지는 것이 우리 가족의 식탁 안전을 지키는 가장 쉽고 확실한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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